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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난세를 통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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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6-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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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지럽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정녕 어렵다. 사람들은 난세를 통과하는 법을 알려고 현자에도 문의하고 종교에도 귀의하며 처세술이나 역술에도 의지한다. 그러나 역사만큼 확실한 방법을 귀띔해주는 것도 달리 없다. 과거를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야말로 생생한 지침과 교훈을 제공하는 법이다. 그러니 역사에 늘 눈과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현자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운은 끊임없이 바뀌고 세상사는 변화무쌍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며 요행히 시대의 요구와 사람의 성격이 맞아떨어지면 그 사람은 성공하지만, 시대가 늘 바뀌기에 그는 곧 실패할 운명이다. 언제나 성공하려면, 자신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시대의 성격에 맞게 스스로를 바꾼다면 그 사람은 번성하나, 그렇지 못하면 파멸한다.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자신을 바꾸라는 말이다.
이런 이론은 얼마나 타당하고 현실적인가? 이론을 역사에 대입해볼 수 있다. 난세 중에서도 난세인 프랑스 혁명기를 살아간 이들의 사례를 보자. 프랑스 혁명기는 격변의 시대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자리바꿈한 권력의 향방이 사람들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갈라놓던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그렇듯 현기증 나는 시대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냈을까?
그런 시대에 자신들을 단단한 원칙에 묶어두고 급변하는 시대에 맞선 이들이 있다. 그들은 원칙이 시대와 합치했을 때는 권력을 잡았으나, 시대가 원칙을 비켜난 뒤에는 권력을 잃었다. 자신을 바꾸지 않은 탓이다. 국민공회 시기 공포정치를 주도한 급진 공화파인 로베스피에르와 산악파의 운명이 그러했다. 예컨대 로베스피에르와 생쥐스트의 동료 의원인 르바는 주사위는 던져졌고 퇴로는 없다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정말 이 말대로 과묵했던 르바는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산악파가 몰락하자 체포 직전에 권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시대의 풍향에 따라 자신을 기민하게 바꿔간 사람들도 많다. 푸셰가 그렇다. 그는 늘 승자 편에 섰다. 이 속된 마키아벨리주의자는 권력의 저울을 노려보며 그것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변신을 거듭했다. 그렇게 푸셰는 공포정치도, 총재정부도, 통령정부도, 제정도, 복고왕정도 거치며 단두대의 칼날을 피해 용케 살아남았다. 생존한 것만이 아니라 권력 언저리에 서식하며 부를 축재했다. 그는 나폴레옹을 섬겼지만, 황제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자마자 등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나폴레옹을 배반한 것은 내가 아니라 워털루다.”
르바와 푸셰라는 두 극단 사이에 다른 대안도 있다. 침묵과 무위다. 공포정치가 한창일 때 줄곧 의석에 앉아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발언하지 않은 시에예스에게, 누군가가 그동안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그는 엷은 미소를 띠고 대꾸했다. “나는 살고 있었습니다.” 시에예스의 이 회심의 답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은 무엇인가를 하는 적극적인 방편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천재적일지언정 감동적이진 않다.
침묵과 무위는 같지만, 번뜩이지 않되 울림을 주는 사례도 있다. 화가 드가가 어린 시절에, 즉 혁명이 끝난 지 40년도 넘은 후에 한 노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벽에 걸린 로베스피에르와 생쥐스트의 초상을 발견했다. 드가의 어머니는 아직도 저런 “괴물”의 초상을 걸어두느냐며 놀라워했다. 그러자 이런 말이 돌아왔다. “괴물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이 사람들은 성인이었는걸요.” 이 노부인은 바로 로베스피에르와 운명을 같이한 르바의 아내였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남편을 잃었던 르바 부인은, 성인과 괴물의 상반된 잔상들만이 남은 혁명 이후의 긴 시간을 조용히 견디며 남편과 혁명의 이상에 대한 의리를 충직하게 지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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